세계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2008년 사순대재를 시작하면서 보내시는 메시지

                 우리 교회는 거룩한 사순대재 기간 동안에 우리에게 회개하라고 촉구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회개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현재 생활 방식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으므로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삶의 정확성에 대한 의심은 그들이 안전한 피난처로 여기며 살아왔던 이상적인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로 밝혀졌을 때와 같은 그런 불안감을 그들에게 불러일으킵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그들의 확신이 합리적인 판단을 근거로 하여 객관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삶을 정당화하기 위한, 다시 말해서 자신들의 죄를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고, 잘못된 가치관을 근거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행위는 그 자신에게 해가 될 뿐입니다. 언젠가는 진리가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며, 그 때가 되면 그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수정할 시간이 없을 것이며, 다시 말해서 자신의 죄 많은 행동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해주던 잘못된 믿음에 대해 뉘우칠 시간도 변명할 겨를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회개라는 말과 행위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기에 회개하라고 교회가 목소리를 높여도 마음이 전혀 불안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완전한 회개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첫 번째 목적은 우리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죄가 되는 행동과 습관의 중단을 결심하면서 죄로 인한 결과물들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그 예가 자캐오입니다. 세관장이었던 자캐오는 그리스도를 만난 후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면서 자신이 속여서 걷은 세금이 있으면 네 갑절로 갚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회개의 두 번째 목적은 우리의 사고 방식을 바꾸고, 우리의 생각을 보다 고상하고 높은 것으로 대체하는 일입니다. 이 두 번째 목적은 양심에 거리낄만한 구체적인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도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목적입니다. 그 이유는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만 해도 완전한 사랑에는 한참 못 미치며, 겸손에 대한 개념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고 교회가 충고하는 하느님의 완전성과 우리의 영적 상태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으며,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는지를 우리는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 속의 내적 평화의 질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평화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얼마만큼이나 그리스도의 섭리에 맡기고 있는지를 가늠해 보면서, 비록 슬픈 일이긴 하지만, 우리는 자주 마치 믿음이 약하거나 아니면 전혀 믿음이 없는 사람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닫게 되곤 합니다. 또한 우리 양심의 청결함을 검사하면서 우리는 자주 우리 양심의 청결함에 해가 되는 수많은 감정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 감정들이 건전한 감정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교부들과 성서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 양심을 다시 한번 완벽하게 비춰보는 작업을 거쳐서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에 대한 판단을 보다 정확히 하고 하느님의 판단에 보다 일치하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완벽한 판단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따라서 자기는 새로운 두뇌, 보다 명석한 두뇌나 사고의 변화, 두뇌와 사고 방식의 교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다시 말해서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회개하라고 충고하는 우리 정교회는 단지 우리에게 자아비판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아비판도 필요하고, 참회도 필요하고 회개의 눈물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해 주셨다는 기쁨을 느껴야 하고, 죄의 구속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함을 느껴야 하며,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야만 합니다. 회개란 우리에게서 삶의 기쁨을 빼앗아가는 것, 그래서 회개하라는 설교를 들으면 기분이 불쾌해지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회개란 우리 정신을 정화하고 교화하는 것이며, 그리스도와 그분의 창조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며,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변해가는 삶을 사는 기쁨이자 자유입니다.

      회개하는 사람은 쉬지 않고 전진하며, 자신의 발전해가는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기뻐하며, 모든 것에 대해 보다 깊은 지식을 얻게 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만족합니다. 회개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고방식과 생각을 바꿈으로써 온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며, 더 지혜로워지고, 더 현명해지고, 더 신중해져서, 그리스도의 친구가 됩니다. 그러므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를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인간은 회개를 통해 다시 태어나고 발전해나간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님 안에 있는 사랑하는 형제 자녀 여러분, 회개를 촉구하는 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회개의 두 가지 목적을 마음 속에 새겨 놓도록 합시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고백성사를 통해 죄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우리의 판단과 사고가 하느님의 뜻에 맞고 깨끗하며, 진실되고 정의롭게 되도록 합시다.

      여러분이 회개의 길을 걷고 있을 때 그리고 주님 안에서 여러분의 삶이 새롭게 변화할 때 우리 주님께서 여러분을 도와 주시기를 나는 기원합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가

 

 

St. Paul Orthodox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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